수십 년간 지속돼온 플라스틱 재활용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급격히 증가하는 플라스틱 생산과 환경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리잡았던 재활용 정책이, 실상은 거대한 기만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미국에서 관련 소송까지 벌어졌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100만 톤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고작 9% 수준. 나머지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되며,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토양, 해양, 식수, 심지어는 인체 내부까지 침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리즈대학교의 코스타스 벨리스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와 물, 먹는 음식까지 모두 퍼져 있다”며 심각성을 경고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낮은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수천 가지에 이르며, 이를 정확히 분류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설령 분류가 성공하더라도, 각각에 포함된 화학 첨가제나 색소 등으로 인해 실제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같은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플라스틱을 원료 단계로까지 분해하는 방식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재활용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플라스틱 제조사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기업이 재활용이 효과적인 해결책인 것처럼 수십 년간 홍보해왔지만, 실제로는 그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엑손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은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된 첫 사례로, 만약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수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엑손모빌은 이미 1970년대부터 플라스틱 오염과 재활용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재활용이 마치 궁극적 해결책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해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엑손모빌 측은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반박하고 있어 향후 법정 다툼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기업 책임을 넘어서, 수십 년간 소비자에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플라스틱 재활용 신화’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