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속 수업도 만석…서울서 불고 있는 ‘카이막’ 열풍
최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터키이스탄불문화원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카이막(kaymak)’ 만들기 수업에 수강생 8명이 빠짐없이 출석했다. 2021년 주 1회로 시작한 이 수업은 수강 문의가 폭주하면서 현재는 주 7회까지 확대되었으며, 대부분의 클래스가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카이막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SNS부터 유통시장까지…급부상한 ‘카이막’ 인기
마켓컬리는 지난 3월 열흘간 카이막을 한정 판매했는데, 이 기간 동안 무려 10만 건의 검색량을 기록했고, 약 1억2800만 원어치가 판매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후 정식 판매에 돌입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카이막’ 해시태그가 5만 건이 넘는 게시물로 공유되고 있다.
‘카이막?’이 아니라 ‘카이막!’…미식가들 사이 화제
카이막은 튀르키예의 전통 유제품으로, 우유나 물소젖을 오랜 시간 가열해 크림층을 응축시켜 만든다. 이 크림은 꿀이나 견과류와 함께 빵에 곁들여 아침 식사로 즐긴다. 한국에서는 2019년 방송인 백종원이 튀르키예를 방문한 프로그램에서 “천상의 맛”이라고 소개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됐다. 그는 “튀르키예에서 한국에 돌아와 가장 생각나는 맛이 카이막”이라며, “최고급 버터와 진한 생크림을 섞은 뒤 곱하기 3한 맛”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서울 속 튀르키예, 카이막을 맛보다
서울 용산구에 문을 연 ‘흑해’는 튀르키예 출신 데미르 세비귤 씨와 샤러바 디아나 씨가 운영하는 가게로, 카이막(1만4000원)을 비롯해 메네멘(1만8000원) 등 튀르키예 대표 아침 메뉴를 선보인다. 세비귤 씨는 “튀르키예의 맛과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싶었다”며, “현지의 맛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매일 소량씩 직접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에서는 보통 물소젖을 쓰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탓에 우유와 생크림으로 대체한다. 그는 “꾸덕한 질감을 위해 하루 13시간 이상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전통 커피와의 조화…카이막의 새로운 변신
강남 신사동에 본점을 둔 ‘샌드커피 논탄토’는 백종원의 언급 전부터 ‘카이막 토스트(7500원)’를 판매해왔다. 대표 김광수 씨는 “튀르키예식 모래 위에서 끓이는 커피인 ‘샌드커피(5000원)’와 함께 어울릴 메뉴로 카이막을 선택했고, 초기에는 생소했지만 점차 이국적인 맛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태원의 베이커리 ‘알페도’에서도 ‘카이막 세트 메뉴(9800원)’를 선보이고 있다.
와인·빙수까지…다채롭게 즐기는 카이막
카이막은 와인 안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비귤 씨는 “드라이한 조지아 와인과 찰떡궁합”이라며, “와인과 함께 즐기면 특별한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은 ‘카이막 빙수(2인 기준 6만9000원)’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빙수는 우유 얼음 위에 튀르키예 전통 솜사탕 피스마니에와 벌집 꿀, 그리고 카이막 크림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완성한다. 원래 3개월 한정 메뉴였으나, 호응에 힘입어 판매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집에서도 가능? 카이막 만들기 간편 레시피
터키이스탄불문화원은 가정에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공개했다. 우유 250㎖와 생크림 500㎖에 전분 2큰술을 넣고 약한 불에서 저으면서 끓이다가, 버터 50g을 넣고 섞은 후 팬에 부어 약한 불에서 1시간 조리한다. 이후 계란말이처럼 말아 접시에 담고, 하루 이상 냉장 보관하면 더욱 깊은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문화원 측은 “시간이 부족하거나 재료 준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편하게 카이막의 풍미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